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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말과 글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거늘…

영화 <말모이>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8/12/18 [23:42]

 

전 세계적으로 자기 나라 고유의 언어와 글을 가진 나라는 몇 나라 안 된다. 스위스만 해도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 4개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 중이고, 브라질은 포루투칼어를, 파나마, 칠레, 쿠바, 멕시코 등은 에스파냐어를 사용 중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다들 알다시피 일제강점기 때 우리의 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창씨개명(創氏改名)까지 강요받아야 했다.

 

‘도시락’을 ‘벤또’라고 말해야 하고, ‘김순희’는 ‘가네야매’가 되어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들과 같은 말을 써야 전쟁에 동원을 하든 노역을 시키든 부려 먹기가 쉽기도 하고, 좀 거창하게 말하면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는 곳에 뜻이 모이면, 그 뜻이 모이는 곳에 독립의 길이 있지 않겠느냐’며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던 이들이 있었다.

 

한일합병 초기인 1911년 주시경 선생이 주측이 되어 사전 편찬작업을 시작했으나, 이후 주시경 선생이 세상을 뜬 후 중단되었던 일을 당시 조선어학회가 이어받아 이를 완수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말모이>는 우연히 엄유나 감독이 본 짧은 다큐멘터리에서 소재를 얻어 극화하게 됐다.

 

독립이 되기 얼마 전인 1941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경성제일중·고등학교 이사장인 류완택(송영창 분)의 아들인 류정환(윤계상 분)이 친일파인 아버지와 다르게 조선어학회 대표를 맡아 우리말 사전 편찬 프로젝트인 ‘말모이’를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다.

 

당시 이런 작업을 하던 이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화 <택시운전사>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엄유나 감독이 필력(筆力)을 발휘해 만들어 낸 것이다.

 

극중 까막눈이던 김판수(유해진 분)는 교도소를 밥 먹듯이 드나들다가 명문 경성제일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덕진(조현도 분)이 월사금(月謝金)이 밀려 학교에서 제적(除籍) 당할 위기에 처하자 교도소 후배인 춘삼(이성욱 분)과 함께 정환의 가방을 훔쳤다가 조선어학회의 어른인 조갑윤(김홍파 분) 선생의 추천으로 조선어학회 사환(使喚)으로 취직하게 된다.

 

글을 몰라서인지 몰라도 그는 돈도 아니고, ‘말’을 10년 동안 모으고 있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런 그에게 조선어학회의 위장 사무실인 ‘문당책방’의 주인인 구자영(김선영 분)은 말과 글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결국 그녀의 도움으로 한글을 깨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밤새 읽으며 김첨지가 불쌍해 울기도 하는 그는 조금이나마 조선어학회 사람들이 왜 이리 사전 편찬에 목숨을 거는지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한다.

 

18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은 바로 이러한 판수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며, 극중 판수가 <운수 좋은 날>을 읽은 것이 변화의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말을 지키려고 했던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고만 생각하고 가볍게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일본의 탄압에 맞서 싸우다 주인공들이 하나 둘 죽으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에 대해 엄유나 감독은 자칫 이 부분이 신파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여러 ‘외계어’나 줄임말 등으로 오염되고 있는 요즘의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말과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소중한 우리말과 글을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유해진, 윤계상 주연의 영화 <말모이>는 내년 1월 9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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