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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WFF]'미투'에 일본인들 반응은?

영화 <일본의 감춰진 수치>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09/02 [23:37]

 

일본의 지상파 방송사이자 민영 방송사인 TBS의 워싱턴 지국장인 야마구치 노리유키는 아베 총리의 자서전을 쓰기도 했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꽤 잘 나가는 언론인이다.

 

당연히 그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미래의 방송인을 꿈꾸는 후배들도 많다.

 

2013년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사오리는 자신이 일하던 가게에 찾아온 그와 통성명을 건넸다. 그녀 역시 언론사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야마구치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2년 후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그에게 메일을 보내 혹시 TBS에 인턴 채용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인턴은 언제든지 뽑지만, 지금 PD도 뽑으려 한다며 관심이 있냐는 답변이 왔다.

 

당연히 사오리는 관심이 있다고 했고, 야마구치는 자신이 한 달 후에 일본에 들어갈 일이 있는데 그때 미국 취업비자 서류 준비차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녀는 야마구치를 만나 초밥집으로 갔다. 취업에 대해 별다른 얘기를 안 하던 야마구치는 그녀를 데리고 2차로 술집에 갔다.

 

그리 큰 병도 아니었는데, 그와 술을 마시던 사오리는 정신이 몽롱해져서 화장실로 가서 구토를 했고 그 이후 ‘필름’이 끊겼다.

 

당시 이들을 태운 택시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가까운 전철역에 내려달라는 사오리의 말을 무시라고 야마구치가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가자고 기사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오리는 그날 밤 정신을 잃은 채 그에게 몹쓸 짓을 당했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다.

 

그녀가 일어나자 야마구치는 또 다시 덮치려고 들었고, 사오리가 거부하자 대뜸 “합격”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몸 로비’를 한 것도 아닌데, 전날 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겁탈하더니 “합격”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사오리는 죽고 싶었다.

 

그녀는 경찰에 신고를 하러 갔다. 그리고 여성 경찰을 불러 달라고 말했다.

 

왜 그러냐고 묻는 남성 경찰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말했고, 여성 경찰이 왔다.

 

그녀의 얘기를 들은 여경은 자신은 교통과 소속이어서 사건 접수는 못 하니, 다시 형사과로 가서 접수하라고 했다.

 

결국 그녀는 경찰서 옥상에 있는 컨테이너로 가서 남성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람만한 인형으로 당시를 재연해야 했다.

 

경찰은 자신 있다며 야마구치가 다시 일본에 들어올 때 공항에서 체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시청(우리의 경찰청) 고위 관계자에 의해 체포가 무산되고 말았다.

 

참고로 일본의 인구는 영국의 2배이지만, 성폭행 신고 건수는 1/50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1970년 이후 성폭행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성폭행이 인정되려면 위력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가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성폭행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신고율이 낮다.

 

2015년 4월 강간을 당한 사오리는 결국 2017년 5월 그동안 스스로 조사한 바를 토대로 대중에게 폭로했다.

 

하지만 그녀를 응원해 줘야할 가족들은 왜 꼭 네가 나서야 하느냐며 창피해했다.

 

여고생들은 아침마다 등교해서 오늘은 버스 안에서 누가 나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더라, 내 치마를 칼로 찢더라 같은 말을 하는 게 일상인 일본 사회에서 대중은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일본의 어느 여성 중의원은 그녀를 꽃뱀 취급하며,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으로 인해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본 국민들은 여자가 먼저 유혹했겠지라며 오히려 그녀에게 화살을 돌렸다.

 

실제로 한 대학에서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자, 10명 중 1명은 여성이 같이 술을 마시기만 해도 그리고 7명 정도는 뽀뽀를 하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답했다.

 

편의점에서도 버젓이 누드사진이 게재된 잡지를 전시, 판매하는 일본이지만 여성에 대한 사고는 후진국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철저히 무시되며, 어차피 여성은 좋으면서도 말로는 싫다고 내숭을 떠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해 12월에 열린 재판에서 그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패소했고, 야마구치는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본의 감춰진 수치>는 이번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를 통해 해외에 첫 선을 보이며, 지난 31일에 이어 오는 5일 한 번 더 상영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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