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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법과 국민의 알권리 중 뭐가 중요할까?

영화 <오피셜 시크릿>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11/22 [23:41]


만약 나라면,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질 것을 알게 됐다면 이를 세상에 폭로할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나’는 공직자이기에 업무상 알게 된 이 같은 사실을 임의로 세상에 알렸다가는 <공무상 비밀 엄수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은 기꺼이 국민의 알권리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이를 알릴 것인가?

 

영화 <오피셜 시크릿>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숨겨져 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를 설득해 이라크에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당시에 대량살상무기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이른바 ‘9·11 테러’에 대한 응징을 하고 싶었고, 이에 UN 안보리 이사국을 설득해 이라크를 폭격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많은 UN 안보리 이사국들이 반대를 하자, 미국은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에 이메일을 보내 전쟁에 반대하는 안보리 이사국들의 약점을 잡기 위해 도청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 <오피셜 시크릿>은 미국 국가안보국(NSA)로 이 같은 요청을 받은 GCHQ 소속의 중국어 담당 캐서린 건이 이를 세상에 알리면서 겪게 된 일을 그리고 있다.

 

평소 통신 도·감청을 수없이 해 왔지만, 그때는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던 캐서린은 이번 미국의 도청 요청은 영국 국민이 아닌 전쟁을 위한 것이기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녀는 전쟁을 하게 되면 영국 군인들도 참전할 것이고, 당연히 사상자도 나올 텐데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려고 나선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반전(反戰)운동가에게 NSA에서 받은 이메일 프린트를 전달하고, 이 문건은 다시 주간지 <더 옵서버>의 마틴 브라이트 기자에게 전해진다.

 

친정부 성향의 <더 옵서버>는 이미 영국 정부에서도 전쟁에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이를 보도하지 않으려고 하고, 정확히 소스의 출처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보도했다간 역공을 당할까 싶어 신중에 신중을 가한다.

 

프린트 뒷면에 적힌 NSA ‘프랭크 코자’라는 인물이 실재(實在) 하는지부터 확인하기 위해 여러 루트로 NSA와 접촉해 보지만 그때마다 “그런 직원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팩트인지도 확인이 안 된 상태로 보도할 수 없어서 시간만 가던 도중 드디어 ‘프랭크 코자’가 실존인물인 것을 확인한다.

 

이와 더불어 이를 보도해도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음을 모두 확인한 후 드디어 이를 기사화 한다.

 

당연히 영국 뿐 아니라, CNN,NBC, FOX 뉴스 등 미국 유수의 방송들도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얼마 후 한 사이트에서 <더 옵서버>가 공개한 이메일 내용에 적힌 단어들이 미국식 스펠링이 아닌 영국식 스펠링이라는 지적을 하면서, <더 옵서버>가 대형 오보를 낸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간다.

 

분명히 건네받은 프린트에는 미국식 스펠링인데 어찌된 일인가 알아보니, 교열부 직원이 ‘자동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다시 이를 해명하면, <더 옵서버>가 미국의 발목잡기로 비쳐질까 싶어 속앓이를 한다.

 

한편, 캐서린은 신문에 ‘1급 기밀’이 보도되자 결국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한다.

 

이에 그녀의 남편은 단지 무슬림 출신 난민이라는 이유로 체류 허가를 거부당한 채 강제 출국 당할 위기에 처한다.

 

또 캐서린은 <공무상 비밀 엄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다.

 

그녀의 변호를 맡은 인권 변호사 그룹 ‘리버티’ 소속 변호사들은 최대한 판사의 아량(雅量)에 기대 형을 적게 선고 받는데 집중한다.

 

1989년 마가렛 대처 수상 때 개정된 <공무상 비밀 엄수법>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밀 누설의 정당화’ 규정이 삭제됐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들은 영국 국방장관이 캐서린이 기밀을 유출했을 당시에만 해도 전쟁에 반대하다가 뉴욕에 다녀온 후 갑자기 찬성으로 입장이 바뀌게 된 것을 알게 되고, 당시 국방장관이 총리에게 전쟁 반대 입장을 밝힌 문서를 공개해 달라고 청구한다.

 

결국 이 문건이 공개되면 영국이 미국의 입김에 의해 갑자기 전쟁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게 된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에 이를 우려해 영국정부는 재판을 포기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생겨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실제 캐서린 건의 인터뷰가 영화 말미에 나오는데, 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기자입장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정권은 바뀌지만, 국민은 바뀌지 않기에 늘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그녀의 대사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에게도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공무상 비밀’을 뜻하는 <오피셜 시크릿>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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