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녀에게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이 생일파티 겸 캠핑에 초대한다. 김치까지 싸 들고, 친구들이 알려준 주소를 찾아 버스 타고 한참 걸어서 도착하니 친구 집이 아니라 짓다만 폐건물.
황당해 할 틈도 없이 친구로부터 공포체험을 하면 무대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해서 거기로 불러낸 것이라며, 곧 갈테니 먼저 연습하고 있으라는 문자를 받는다.
누구보다 순진한 유리는 그렇구나 싶어 유치원 때부터 연주해서 가장 자신 있는 동요 <푸른 하늘 은하수>를 멋지게 연주한다.
그러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이 건물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모텔 가운을 입고, 실내용 슬리퍼를 신은 또래의 여학생 다혜(김다예 분)는 이곳이 원래 600명의 아이들이 묻혔던 무덤이 있던 곳이라며 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마저 연주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유리는 노래를 마저 연주하고, 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됐는지를 털어 놓는다.
가출한지 오래되어 보이는 다혜는 유리에게 그 친구들에게 복수하려면 며칠만 가출하면 된다고 꼬드긴다.
다혜의 말에 넘어가 유리는 본의 아니게 가출을 하게 되고, 다혜 때문에 아빠(도지한 분)와 조카(서지희 분)도 생기게 된다.
전부 또래의 아이들이지만 ‘가출팸’을 구성해 뭉쳐 사는 이들이었던 것.
그렇게 하루를 지내고 집에 반찬을 가지러 다시 돌아온 유리. 유리의 아빠는 유리와 함께 있는 다혜에 대해 꼬치꼬치 학교는 어디 다니는지, 부모님은 뭐 하시는지를 묻는다.
난생처음 자신이 집에 데려온 친구인데, 무슨 취조하듯이 사생활을 캐묻는 아빠에게 실망한 유리는 그 길로 진짜로 가출한다.
이에 유리의 아빠는 딸을 찾아 나서고, 자신을 ‘유리 아빠’라고 소개한 대국과 만나 유리의 행방을 캐묻는다.
하지만 정작 ‘진짜 아빠’인 자신이 대국 보다 딸 유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
영화 <불량한 가족>은 가출한 청소년끼리 이른바 ‘가출팸’을 꾸려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흔히 낳아준 사람이 아빠고 가족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돈 벌기에 바빠 딸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군지, 누구와 키스를 해 봤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딸과 사이가 안 좋은 친구보다 더 자신의 딸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아이가 무슨 고민이 있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당연히 모른다.
그런 건 엄마가 챙기는 게 맞다고 생각한 채 아빠들은 그저 열심히 일해서 돈만 벌어오면 된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영화 속 유리 아빠 역시 딸에게 좋은 바이올린을 사주기 위해 밤낮없이 택배 배달을 한다. 결국 거금 600만원을 주고 딸에게 새 바이올린을 사 주지만, 정작 딸은 기뻐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이 녀석이 비싼 돈 주고 사 줬더니 고마워하지도 않는다고 혼내는 게 맞는 걸까? 네가 바이올린 연주를 싫어하는지 몰랐다며, 왜 싫은지 그러면 뭐가 하고 싶은지를 묻는 게 ‘진짜 아빠’가 아닐까?
장재일 감독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7년 발생한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한 여중생의 시체가 발견돼 검찰이 수원역에 노숙하는 가출청소년들이 살해했다며 기소했으나, 자백강요로 무죄 판결된 사건)을 보고 가출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출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지체장애인 동생 대신 집밖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가출했으나 ‘몸캠’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도 있고, 자신을 따돌리는 아이들을 혼내주려다 아빠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가출한 아이, 할머니와 둘이 살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서울에 올라왔으나 비싼 집값이 버거워 길에서 떠돌게 된 아이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다 있다.
이들에 대해 단순하게 가출청소년이라느니, 그래서 질이 나쁜 아이들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가출청소년에 대한 세밀한 복지정책의 마련과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불량한 가족>은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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