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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청소년정책 필요

칼럼니스트 권일남 | 입력 : 2020/06/29 [21:54]

최근의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처한 불가항력적이며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게 맞이한 위기적 상황에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의 의미가 새로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이전부터 위기는 어느 순간에서나 항상 존재했고, 그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가져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쉽게 표현해 왔었다. 누구의 위기이나, 나의 위기는 아닐 수 있었기에 쉽게 말했는지 모르나 이제는 그 위기(危機)가 기회가 되어야 하는 의미가 모두의 염원이 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사회가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지만 이를 청소년분야로 돌아보았을 때 더욱 더 현실적 어려움과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공공서비스를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많은 청소년시설은 청소년들의 집합금지로 인해 그 위기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 사진은 영화 <종이비행기>의 한 장면으로 본 칼럼과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청소년시설은 그동안 청소년들이 서로를 부대끼며, 관계를 중시하고, 협력을 해야 하며, 재능을 나누고, 발견하도록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 이유는 듀이(J. Dewey)가 청소년들이 경험을 통해 배우는 학습은 추상적 사고를 가능케 하여, 자신에 맞는 학습의 질로 변형시키는 반성적 고찰이 이루어짐으로써 종국에는 자신이 사회에서 어떠한 존재로 남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본질을 구축하게 한다고 하였다. 

 

즉 형식지(形式知)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습득된 지식인 암묵지(暗默知)를 습득하는 체험이야 말로 인성교육의 핵심임을 너무도 강조했다.

 

이전의 세대가 했던 수학여행, 수련회, 개별여행, 국제교류 등 만남과 협업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고 변화시켰던 시도는 바로 이러한 의도 속에서 수행된 결과였는데 이제 오늘의 청소년들은 암묵지 획득의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긴 형국이다. 

 

활동과 체험의 기회가 없는 언택트(untact)의 용어에 매몰되어 청소년들의 신체적 활동, 에너지 발현 그리고 심리․정서적 아픔을 솎아줄 기회를 만들 것인지의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모든 청소년시설은 숨죽이며 하루하루 코로나19 발생추이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대체재의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목적과 논리적 지향성으로 무장하여 청소년에게 필요한 인성교육 가치를 전개하도록 해 주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청소년정책은 비대면, 접근금지, 모임금지, 청소년체험활동 금지 등 있으나 마나 한 내용에 머물고 있다. 또 비대면으로 청소년활동을 하는 것도 겨우 화상(畫像)을 이용한 활동이거나 단순실험, 딜리버리사업 등이 대다수이고 내용도 거의 대동소이해서 청소년들의 욕구를 채울 길이 다양하지 못하다.

 

위기적 상황에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숨죽이면서 소나기를 피해가는 식의 정책은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이해하고 나누는 바가 아닌 복지부동이다. 정책을 바라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무언가를 해야 할 의지를 가진 청소년시설과 청소년지도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물, 공기처럼 자유재는 아니나 입학식, 졸업식, 정규학습, 학습공동체, 동아리활동, 체험활동, 캠프, 봉사활동 등 누구나 동시대에 누려야 했던 다양한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긴 청소년이다.

 

이들이 이전과 다른 상황에 있으나 새로운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며 청소년의 삶을 표현하게 하는 기회마련의 대안을 찾도록 해 주는 일은 절대 멈춰서는 안 되기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는 있을지언정 청소년정책이 전무하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현 시대와 미래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정책은 이전보다 더 정교화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선의 청소년들이 어떠한 요구를 하고 있으며 그러한 요구를 각각의 시설이 채워줄 수 있는 현실적 범주와 내용, 수준 등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황파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또 현재의 청소년시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의 현실적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는 시도도 시급하다.

 

청소년시설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힘을 갖는다면 그 기회는 곧 청소년들의 생활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역경을 이겨냄으로써 오히려 높은 역경지수를 가진 청소년들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 가장 낮은 곳의 희망이 있었기에, 위기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혼재된 기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그 희망을 위한 여정에서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방향타를 제시해야 하는 역할과 이를 기반으로 행동에 옮기도록 해 주는 청소년정책이 있다면 코로나19의 위기는 기회를 얻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 희망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바로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모두 두고 있는 청소년정책부서에서 주도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정책이 정교화 되면 청소년시설 현장은 생존하고 그 힘이 새로운 동기화되어 청소년을 위해 더 노력해주는 혁신적이고 청소년 친화적인 청소년시설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디컬쳐 칼럼니스트 권일남(명지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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