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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튀는 기자’ 특혜는 그대로 누려

다큐멘터리 <나는 신문기자다>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09/21 [21:54]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주인공인 도쿄신문 모츠키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신문기자다>가 이번 제12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그는 일본정부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물론,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데스크와도 싸우는 열혈 기자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관객들이야 통쾌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같은 기자의 시각에서 보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 작품 속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오지만, 12년 동안 국회와 국무총리실 등의 출입기자 생활을 한 본 기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정치부의 경우 기자회견장에서 질문 세례를 퍼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서로 손을 치켜들면서 질문하기 위해 난리법석을 떠는 장면은 사실 일상적인 장면이 아니다.

 

대개 이런 장면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거나, 백악관이 테러범의 공격을 받았거나 대통령이 공중납치를 당한 경우에 등장하는데 진짜로 그런 사안이라면 모를까 대부분 질문을 퍼붓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 사전에 질문을 수급해 지정된 순서에 따라 지목 받아 질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 경우도 기자회견장에서 논평이나 기자회견 등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기자들이 번쩍 손을 들고 질문하기 보다는 조용히 회견장 복도로 나가서 ‘백브리핑’을 통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 이유를 굳이 추론해 보자면 대부분의 정치인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사용할 정도로 바쁜 이들이어서 기자회견과 질의응답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기도 하고, 국회 기자회견장의 경우 온라인 생중계가 되는 까닭에 그곳에서 질의응답을 할 경우 기자의 정보 독점권이 깨지기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정치부의 경우에 국한한 이야기다. 사회부나 연예부 등 다른 영역의 기자들의 경우 다른 풍토가 조성되어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총리관저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츠키 기자는 정치부 기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룰’도 모르고, 엄청 ‘튀는’ 기자임에 분명하다.

 

때문에 기자회견의 사회자가 그녀에게 질문 개수를 제한하거나 질문 내용이 너무 길으니 짧게 해 달라고 요청하더라도 ‘기자단’(이 영화에선 Press Club을 그대로 번역해 ‘기자클럽’으로 번역했으나, 우리나라와 일본에 존재하는 독특한 취재 시스템인 ‘기자단’으로 번역하는 게 더 어울린다)에서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통상 기자들은 취재에 있어서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소속사를 따지지 않고 일제히 비판 대열에 앞서는 특성이 있으나, 모츠키는 암묵적 ‘룰’을 어겼기에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기자들 사회에서 ‘미운 오리새끼’인 그가 그렇다고 기자만이 가지는 특혜를 누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를 따라 다니며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은 정작 총리관저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아무리 싸움닭 같고, 기자회견의 룰도 깨는 그래서 질문도 2개밖에 못하는(통상의 경우 대개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당 1~2개의 질문을 하는 게 관례다) 그이지만, 어쨌든 ‘출입기자’로 등록되어 있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총리관저를 드나들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인 다큐멘터리 감독은 촬영은 고사하고 아예 관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허가되지 않는다.

 

관저 밖 통행로에서 그를 기다리며 카메라를 켜고 있으면 당장 경찰이 쫓아와 보안시설이니 카메라를 꺼 달라고 말한다.

 

물론 그때 출입기자증을 목에 건 모츠키 기자가 다가오기만 해도 실랑이는 끝난다. 기자에게는 촬영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모츠키는 자신이 취재권한을 박탈당하는 것처럼 생각해 무슨 대단한 투사인 양 언행을 일삼지만, 사실 그 역시 다큐멘터리 감독은 몇 번에 걸쳐 허가 신청을 해도 반려된 것을 기자이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어쩌면 이 작품은 모츠키가 이렇게 열심히 취재하는데 정부에서 그녀의 취재를 방해한다는데 방점을 찍은 게 아니라, 기자와 함께 다는 다큐멘터리 감독은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통해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기자의 특권을 보여주려 한지도 모른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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