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의 모 지역에 있는 청소년쉼터 폐지 논란이 일면서 청소년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새로이 조명됐다.
청소년복지지원법 제31조에서 명명한 복지시설의 종류에서 청소년쉼터는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하여 가정ㆍ학교ㆍ사회로 복귀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상담ㆍ주거ㆍ학업ㆍ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청소년지도자의 역할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청소년쉼터는 ‘가정이라는 곳에서 벗어난’이라는 의미다.
최근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의미는 부모가 구성하는 가정의 기능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가정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날마다 웃음과 행복이 넘치며 서로의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고자 사랑을 주면서 만들어 가는 곳이 아닌가?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는 이들, 나오게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이며 부모는 무엇을 생각하고, 가치를 어디에 두는 사람들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가정을 벗어난 이들이기에 쉼터에서 함께하는 사람은 곧 단순 보호자 이상의 부모인 셈이다.
둘째, ‘가정, 학교, 사회로 복귀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날마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어떠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바람직한 인성과 사람 됨됨이를 갖추어 서로 함께 공동체성을 이루도록 힘과 내성을 키우도록 하는 데 있지 않은가?
가정, 학교, 사회는 이미 검증된 보호공간이자 꿈을 꾸는 곳이었다. 그래서 가급적 그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꾸도록 하는 것이다. 일시적 어려움은 있지만 돌아가야 할 그곳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들이 쉼터의 지도자들이다.
셋째, ‘위급성을 해소해내도록 하는 일시적 보호기능’이라는 의미는 마음을 달래주고 교감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가능하다.
쉼터를 찾는 위급성이 강한 청소년들에게 누군가가 내 맘을 달래줄 힘이 있다면 그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바로 청소년쉼터의 지도자는 언니이자 누나, 오빠, 형들의 의미 이상인 사람들이다.
넷째, ‘제공되는 서비스의 다원성과 전문성의 의미’에서 지도자들은 마음이 힘든 이들을 상담하고,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학업도 이행하고 웃음을 꽃피울 수 있는 힘을 끌어주는 멘토다.
또 내가 해야 할 일을 꾸준히 설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동기유발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쉼터 지도자는 만능이라고 불려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우리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가정에서 모두 평안한 삶을 안정적으로 누리면서 지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청소년쉼터가 1년 내내 개점휴업을 하면서 위기청소년들이 없다면 비록 우리의 일은 없을 지라도 청소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고 스스로 위안을 얻을 터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서울 소재 청소년쉼터 1곳을 예로 들어 보면 2020년(4,466명)에 비해 2021년도(4,774명)에 같은 기간 대비 입소 인원이 증가하여 가정 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의 정신건강문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2019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에 의하면 자살을 생각한 중·고등학생은 30.4%, 자해·자살시도청소년은 한 해 3,000명에 달한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0대(10~19세) 청소년의 정신 및 행동장애는 2016년 대비 2020년 115%(남), 147%(여)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심각한 정신적 장애는 청소년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양태에 그대로 이어져 쉼터 이용 청소년 중 정신장애, 정신지체, 경계선 장애 등을 앓고 있는 청소년 비율이 평균 36.4%에 달하고 있다. 또한, 입소거부 사유도‘정신질환 등으로 인하여 일반 청소년과 단체생활이 어려울 경우(26.5%)’로 나타나 정신장애, 정신지체, 경계선 장애 청소년의 비율이 높아진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쉼터에서 청소년의 인권은 확실하게 보장을 받아야 하지만 이들 지도자의 인권보장은 과연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대책은 어느 정도 수립되어 있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1일 입소 인원 약 10여 명을 관리하고 지원하며 도움을 주어야 할 지도자가 2~3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혹여 1명이라도 위기청소년의 특성상 자해, 폭언, 협박, 성희롱, 성추행 등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크고 그 경우 지도자는 심리적 ‘멘붕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각종 음주 및 흡연예방 교육, 기타 다양한 교육활동을 진행해야 하나 자기통제 및 조절력이 부족한 위기청소년이 극단적 분노를 표출하면 청소년지도자가 심각한 위험사항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다.
청소년쉼터의 청소년지도자 인권은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어도 행정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제대로 보호했는지의 여부에만 관심을 쏟을 뿐이다.
청소년지도자가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갖고 있을 때 위기청소년에게도 건강한 지원의 여력을 쏟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청소년시설(활동, 보호, 복지)의 청소년지도자를 위한 지원방안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위기청소년으로 인한 청소년지도자의 감정적 피해경험과 노출 수준에 대한 문제, 그리고 노동권리보호에 대한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등의 연구를 시급히 수행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시설종사자의 감정노동문제 해소를 위한 위기대응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청소년지도자의 감정노동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청소년지도자의 심리치료, 힐링, 힐링캠프, 법률적 지원, 청소년지도자 보호 등의 종합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청소년시설 종사자가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청소년시설종사자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도 시급히 이행되어야 한다.
/디컬쳐 칼럼니스트 권일남(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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