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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청소년여성가족부? 이 시점에 왜?

칼럼니스트 권일남 | 입력 : 2022/01/12 [10:34]

어깃장을 놓지 말고 또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따르는 인과성은 성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변수이기도 한데 인과성에 반하거나 의도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어처구니없다거나, 어깃장을 놓는다고 한다.

 

어깃장은 문을 만들 때 대각선으로 붙여 튼튼하게 만들어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띠목을 말하는데 통상 좋은 의미로 사용되기보다는 조금은 불편하거나 상황에 적절치 못하면 쓰이게 된다.

 

또 어처구니는 어떠한가? 맷돌이 손잡이가 없으면 용도에 맞는 일을 하기 불가능하여 아무런 소용이 없는 상황을 표현한 때 많이 사용한다.

 

최근 여성가족부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정치인들이 저마다의 손익을 따지며 자기의 입장에 맞게 부처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다가 여성가족부가 이리되었는지 안타까움이 앞선다.

 

청소년정책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사람으로서 임인년 새해 벽두부터‘여성가족부’를 ‘청소년여성가족부’로 바꾸고 주무부처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일성(一聲)에 대해 이제 뭔가 이루어지려나 하는 기대감보다는 실소가 터져 나오는 것은 왜일까?

 

미래사회의 중요성을 청소년에 두고 신경 써 주기를 원했던 차에 반가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정권 말기의 가장 끝자락이자 대통령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부처의 명칭을 바꾸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자세로 노력해 보겠다고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청소년계는 지난 수년 동안 여성가족부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가족정책은 물론 그 중심에 청소년을 위해 진중하게 고민하고, 청소년이 원하는 바를 고려해야 하며,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현실화하는 노력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 달라고 하염없이 요청해 왔다.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바로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옴짝달싹도 하지 않더니 갑자기 지금 이 순간에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시키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청소년특별회의 결과보고회 자리에 2022년 올해를 ‘청소년정책 전환의 해’로 삼고자 한다는 데 갑자기 왜? 그리고 무엇이 미흡해서 이러한 전환점을 만들려고 하는지 이유가 궁금해진다. 

 

보통 어떤 일을 수행하고자 할 때 어떠한 계기가 마련되어져야 한다. 단지 생각의 변화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여러 조건이 합리적인 조화를 이룰 때 성취가 가능하기에 그 조건이 되었다는 판단이 서면 그 행위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되며 표현내용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정책을 펴고자 함에 시점이 따로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중요하다는 판단이 서고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중요한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의 시점은 과연 적절한 때인가에 반문이 든다. 

 

여러 조건이 잘 맞아떨어질 때 에너지도 덜 들고, 성과 역시 의도한 이상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괜히 힘만 쓰고 되는 일이 없지 않을까 염려가 앞선다.

 

한 나라의 장․차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정책의 선언적 의미는 보통 사람의 언어와는 무게가 다르다. 

 

그 말은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기에 타인의 고민과 한계를 짊어지고 전체를 통괄하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리가 높은 곳에 위치할수록 외롭고 쓸쓸하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질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결국 그 말은 허언이요 어깃장에 불과하며 말 그대로 어처구니가 없다.

 

여성가족부에 대해 총리는 ‘일을 잘하는데 국민은 잘 모르는 듯’ 옹호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부처의 어려움을 지원사격해 주려 하지만 자신의 기준에 따르면 나름 잘할지는 몰라도 부처가 행하는 역량은 잘한다는 말이 아니라 예산의 규모를 확장하는 능력이다.

 

여성가족부는 초미니부처이기에 예산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으나 국민이 몰라준다고 말하는 총리실의 두둔은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적은 예산으로 업무추진에 한계가 있음은 사실이나 예산은 누가 도와서가 아니라 부처 스스로가 사업을 구상하고, 가고자 하는 지향점을 명확히 설정하며, 정책으로 승화시켜 기획재정부를 이해시키고 설득해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내에서 청소년정책이 바로 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던 수 많은 청소년 지도자들은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 난국 속에서 경험한 청소년정책의 부재를 이제 무기력한 상태에서 무관심함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청소년을 지도하고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자기의 삶을 세우기 어려운 가장 큰 문제는 자신 스스로 무관심해져 버리는 것이다. 

 

자기의 삶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고 해야 할 의지도 없으며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 할 의지도, 해야 할 동기도, 목표도 사라지는 가장 위험한 문제인데 지금의 청소년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로 이 모양새다.

 

적어도 1년 전에 만이라도 우리 청소년을 위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고 다시 한번 허리춤을 동여매면서 현장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생존의 버팀목을 만들어 보고자 뛰고 또 뛰어 보려는 의도를 조금이라도 보였었더라면, 작금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겠다는 선언을 어깃장이나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을 터인데 너무도 아쉽고도 민망스럽다.

 

청소년들은 물론 청소년지도자들도 실망하고 있기에 적어도 다음 정부의 그 누군가는 이러한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디컬쳐 칼럼니스트 권일남(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 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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