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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그릇된 신앙으로 여성 무참히 살해

영화 <성스러운 거미>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3/01/30 [21:33]


홀로 딸을 키우는 한 여성이 어린 딸이 자는 동안 거리로 나선다. 하이힐도 신고, 애교머리로 멋도 부린 여성은 거리에서 성 매수자를 찾는다.

 

이날은 운 좋게(?) 손님을 3명이나 받았다. 게다가 단골 노점상에게 부탁해 외상으로 마약도 피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번째 성 매수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벌써 이런 일이 2달째 이어지자 테헤란에서 한 여성 기자가 취재를 온다. 라히미(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분)는 해당 사건을 보도한 지역신문 기자를 찾아간다.

 

그는 라히미에게 가해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친절하게 시신의 위치도 알려줬다며, 하지만 위에서 이 건은 ‘종교 문제’이니 몸 사리라고 했다고 말한다.

 

경찰 역시 그녀에게 일련의 사건은 그냥 우연일 뿐이라며, 신경질을 낸다. 그러다 대뜸 라미히에게 다음에 따로 만나서 얘기하자며 추근댄다.

 

가해자는 언론에 자신은 사회정화를 위해 ‘부정한 여자’를 죽인 것이라며, ‘순교자의 도시’(사건이 일어난 곳은 이란 마슈하드로, 번역하면 ‘순교자의 땅’이다)로 정화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안 되겠다 싶어 라히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직접 ‘거미’로 불리는 가해자를 접촉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몇날 며칠 동안 허탕을 치다가 드디어 가해자와 접선에 성공한 그녀는 그의 집으로 간다.

 

여느 여자들처럼 라히미를 죽이려 들고, 라히미는 미리 준비한 칼로 방어하며 창문을 열고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한다.

 

그동안 16명의 여성을 죽이면서도 당당하던 가해자는, 행여 누가 알까 싶어 제발 소리만 지르지 말라며 라히미를 놓아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라히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그를 체포한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가해자의 아내는 아들에게 부정한 짓을 저지른 여자를 죽인 것이니 알라가 보호해 줄 거라고 말한다.

 

동네 사람들은 자기들 대신 위대한 일을 했다며 가해자를 응원한다. 심지어 피해자의 가족조차 딸이 성매매 여성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법정에서 증언할 수는 없다며, 차라리 잘 죽었다고 말한다.

 

가해자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변호사는 가해자가 과거 오랜 전방부대 근무로 정신적 문제가 생겨서 일을 저질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가해자는 자기는 미치지 않았다며, 오직 신에게 미쳤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자기가 맨정신으로 행한 정의라는 걸 지지자에게 알리기 위한 행동이다.

 

결국 법원은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에게 사형과 태형 100대, 유가족에 대한 배상 등을 판결한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는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 이란 마슈하드에서 일어난 16명의 성 노동자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속 성 노동자들은 모두 제각각 사연이 있다. 미혼 여성이 혼자 숙박업소에서 잘 수도 없는 현실(취재를 위해 마슈하드에 도착한 라히미가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호텔에서 예약이 꽉 찼다며 거부하다가 기자증을 보여주자 곧바로 방을 내준다)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심지어 당초 라미히 역에 캐스팅하려던 여배우는 극 중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하차했다.

 

영화 속에서 머리카락이 보이게 히잡을 쓰는 것에도 부담을 느낄 정도라면, 이란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싱글맘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자는 동안 거리에서 몸을 판 것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물론 성매매가 옳다는 건 아니지만, 왜 평범한 주부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는 어쩌면 이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무슨 영화 한 편 가지고 확대해석하느냐고 할지 몰라도, 여전히 이란에서 여성의 인권은 최악인 상황이다.

 

마슈하드에선 여전히 마약과 성매매 등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지난해 9월엔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22살 여성이 구금됐다가 결국 죽는 일도 발생했다.

 

이 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정부가 강경진압에 나섰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로 시위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릇된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여성 혐오를 잘 보여주는 영화 <성스러운 거미>는 내달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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