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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시대를 앞서간 천재, 백남준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 달은 오래된 TV>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3/11/24 [21:58]


세계 최고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문화 테러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지만,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전시하지 않은 곳이 없다.

 

자기 말로는 20개국어를 구사한다는데, 그의 화법을 깨치지 못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천재 아니면 바보일 거란 평가를 받는다.

 

물론 전자(前者)가 맞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당대엔 이해하기 힘들어도 한참 후에 이해되니 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 달은 오래된 TV>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그가 왜 독일로 가게 됐는지, 어떻게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양인이라는 콤플렉스가 있는 그가 서양음악을 파괴하자 어떤 이들은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의 공연에 열광했다.

 

그래서 점점 그의 존재가 유럽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재벌가 자제였던 그는 그만큼 자기 가문이 부패했음을 알기에, 좌파적 성향을 지니게 됐고, 13살에 공산주의자가 됐다.

 

그리고 유럽에서 그는 빈민국에서 온 가난한 청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곧 TV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TV를 활용한 예술을 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냐 그의 첫 비디오 아트 전시는 평론가와 기자, 큐레이터도 이해할 수 없어 혹평을 받았다.

 

이에 그는 1964년, TV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에 TV 16대와 로봇 2대를 가져갔다.

 

첼리스트와 로봇이 결합된 그의 공연은 기술이 통제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지만, 또 그의 의도를 이해 못한 언론은 혹평했다.

 

영화는 아예 예술로 취급도 못 받던 1960년대에 그는 비디오 아트를 택했다.

 

작은 TV 2대를 브라 대신 첼리스트 가슴에 달고 연주하게 하거나, TV 속 첼로 위로 연주를 하게 하기도 했다.

 

상반신 노출한 채 연주하던 첼리스트가 체포되자 백남준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당황했다.

 

그렇다고 자신을 같잖게 여기는 아버지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특히 이번 일이 한국에도 알려져 그의 가족들이 창피해하고 있었다.

 

관광비자로 미국에 머물던 그는 6개월 더 머물며 재기하겠다고 결심하고, 록펠러재단과 뉴욕시 등 여기저기 도움을 청했다.

 

1968년 WGBH 방송국 엔지니어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늘 최상의 영상을 만드는 방송국 직원들에겐 생소한 작업이었다.

 

그런데다 이틀 동안 작업 비용으로 5천 달러를 청구하자, 백남준은 싼 TV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덕분에 많은 아티스트가 그와 협업하길 원했다.

 

그는 모든 예술가가 TV 방송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치 지금의 유튜브를 예견한 것처럼.

 

비밀결혼을 한 그에게 전 재산이라고 1만 달러밖에 없는데, 자기 생일이라고 작은 불상을 사 왔다.

 

아내는 무슨 부처가 TV를 보냐며 한심해 했지만, TV 앞에 앉아 있는 불상의 모습을 TV에 연결된 카메라가 찍어, 부처가 바라보는 TV 화면에 보여주자, 반응이 엄청났다.

 

그래서 그는 ‘TV 부처’ 작품을 여러 개 만들어야 했다.

 

‘정보의 고속도로’를 주창한 그는 어느 날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며, 우리는 ‘정보의 바다’ 위에 있다고 정정했다.

 

25년이나 앞서 인터넷의 개념을 생각한 것이다.

 

고국을 떠난 지 34년 만인 1984년, 한국에서 초청하자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고, 좌파로 알려진 내가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른다며 친구에게 2주 동안 연락이 안 되면 연락하라고 암스테르담의 한 연락처를 알려준 후, 한국으로 왔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의 귀국에 취재진이 공항에 몰렸고, 그는 그렇게 금의환향했다.

 

말년에 중풍으로 쓰러진 그는 아직 몇 가지 장난쳐 보고 싶은 일이 남았다고 말할 정도로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2006년 1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백남준이라는 사람이 괴짜는 맞지만 우리보다 수십 년을 앞서간 ‘천재’였구나 느끼게 된다.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도 당시엔 ‘바보’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들에게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바보라며 깍아 내린다.

 

고흐도 자기 귀나 자르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 당시엔 월세도 제대로 못내 집주인에게 자기 그림을 주며 읍소했다고 한다.

 

비록 지금 우리 아이가 혹은 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아로 취급할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우리보다 수십 년 후의 사람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참! 이 영화의 제목도 백남준 다큐멘터리다운 방식으로 정했는데, 궁금하다면 끝까지 보기 바란다. 내달 6일 개봉.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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