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에 두 발을 올린 채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기도 하고, 밥 먹을 때도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벨라(엠마 스톤 분)는 사실 뇌를 다쳐서 ‘하느님’으로 불리는 외과의사 갓윈(윌렘 대포 분) 박사에게 수술을 받았는데, 몸은 성인이지만 뇌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지능이 아무리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해도, 벨라는 이해 못 할 행동만 일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 발달을 빠른 편이다.
벨라가 남들이 자기에게 근본 없는 고아라고 했다고 박사에게 말하자, 박사는 자기의 친구이기도 벨라의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벨라는 부모가 없는 스스로를 가르켜 ‘가여운 벨라’라고 지칭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식사하던 벨라는 우연히 ‘기분이 좋아지는 법’을 알아낸다.
그 장면을 본 일꾼들이 상류사회 예법에 어긋난다며, 벨라를 말린다.
이에 박사는, 벨라의 발달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고용한 맥스(라미 유세프 분)에게 벨라와 결혼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평소 벨라에게 호감이 있던 맥스는 박사의 제안을 수용한다.
벨라의 결혼계약을 위해 방문한 변호사 덩컨(마크 러팔로 분)이 벨라에게 호감을 느껴, 금요일에 리스본에 갈 건데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박사가 맥스랑 결혼해야 해서 안 된다고 말려도 벨라는 결혼전에 모험을 하고 싶다며, 허락 안 하면 증오하겠다고 고집부린다.
결국 벨라는 덩컨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때부터 화면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뀐다. 그동안 단조로웠던 벨라의 삶이 다채롭게 변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로 보인다.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벨라는 덩컨과 잠자리를 가지며 그동안 못 느낀 쾌락을 느낀다.
벨라는 덩컨에게 온종일 성교만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덩컨은 벌써 3번이나 해서 더는 힘들다고 말한다.
이에 벨라는 혼자 호텔 밖으로 나와 이것저것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벨라는 덩컨과 있으면 자기의 잔혹성이 짙어지는 걸 느낀다.
크루즈 여행 중 빈민가 사람들을 본 벨라는 덩컨의 돈을 훔쳐 그들에게 주러 가다가 대신 전해주겠다는 말에 선원에게 돈을 건넨다.
뒤늦게 돈이 없어진 걸 안 덩컨이 벨라를 추궁하고, 선장이 찾아와 돈이 없으면 다음 항구에서 내리라고 통보한다.
마르세유에서 내린 두 사람은 돈이 없어서 갈 곳도 없어, 노숙해야 할 상황이다.
벨라는 비록 이제 우리가 가난해졌지만,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눈은 오지, 노숙하게 된 마당에 벨라가 속 긁는 소리나 해대니 덩컨이 짜증을 낸다.
이에 벨라가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하고, 그때 마침 남자와 자면 돈을 주겠다는 노부인의 말에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있나 싶어 수락한다.
벨라가 번 돈으로 먹을 걸 사오자 덩컨은 그녀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듣고 화낸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진다.
혼자가 된 벨라는 기분 좋아지는 섹스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창녀가 된다.
손님을 몇 번 받아본 후 벨라는 하기 싫은 남자여도 선택받으면 무조건 응해야 하느냐며, 자기들이 손님을 선택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가 포주에게 혼난다.
그후로 벨라는 참 다양한 손님을 만난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벨라는 사람에 대해 배워간다.
한편 갓윈 박사는 벨라 대신 또 다른 여성 실험체를 만들어 낸다.
맥스로부터 갓윈이 죽어간다는 편지를 받은 벨라가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기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다.
벨라에 대한 맥스의 마음이 여전한 걸 알게 된 벨라는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결혼식장에 알피라는 남자가 나타나 자기가 벨라의 남편이고, 벨라의 본명은 빅토리아라고 말한다.
벨라는 알피를 따라나서고, 알피는 벨라에게 몸 팔던 일은 용서 할 테니까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알피에게서 갓윈의 모습이 보여 벨라가 싫은 티를 내고, 알피는 벨라를 고분고분한 여자로 만들기 위해 그녀의 생식기를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이에 벨라는 다리 위에서 투신한 빅토리아는 죽고, 이제 벨라만 남았다며 알피에게 총을 쏜 후, 그에게서 벗어난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주인공 벨라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달 22일 기준으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무려 92개의 상을 거머쥐었고, 내달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지금까지 적어둔 이 영화의 내용은 언뜻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줄거리로 92개에 달하는 상을 받았지 싶을 수도 있으나, 초점을 벨라에게 두면 이해된다.
벨라는 과거 임신한 적이 있는데, 뱃속의 아이를 ‘괴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런 상황을 못 견뎌 다리 위에서 투신했다.
죽다 살아난 벨라를 발견한 갓윈이 그녀의 몸에 벨라의 아기 뇌를 이식해 새로운 피조물을 창조했다.
그런 까닭에 벨라는 다시 아기처럼 천진난만한 상태가 되었고,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집밖에도 못 나가게 한 박사와 달리, 벨라는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것을 배우고, 기뻐한다.
성매매가 나쁜 것이라는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그녀는 그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해 배운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일삼을 정도로 지능이 낮아보이던 그녀는, 어느덧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수준에 이른다.
비록 성매매를 하는 입장이지만, 그녀는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여전히 호기심이 넘쳐나기에, 결혼식장에 들이닥친 알피 장군을 따라나서기도 한다.
반면, 우리는 벨라처럼 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학교가, 부모가, 직장이, 나라가 정해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제아무리 호기심이 넘쳐도 그걸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계속 “왜?”라는 반복되는 질문에 부모도, 교사도 짜증 내면서 “넌 몰라도 돼”로 끝을 맺기 일쑤다.
매슬로우 욕구이론 중 가장 밑에 있는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도 해소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벨라처럼 성매매 여성이 되는 순간, 쇠고랑을 찰 운명이 된다.
어쩌면 이 세상에 벨라처럼 사는 사람은 벨라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그녀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으나, 한편으로 저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게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벨라를 제외한 우리 모두가 ‘가여운 것들’이 아닐까 싶다.
올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 <가여운 것들>은 내달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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