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메노포즈>는 우연히 백화점에서 만난 과거 잘 나갔지만 이제는 한물간 연예인, 노모랑 장성한 딸과 셋이 사는 돌싱 전문직 여성, ‘신호’를 보냈더니 남편이 기겁하며 집 밖으로 나갔다는 여성 농부 그리고 전형적인 전업주부 이렇게 4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들 4명의 여성은 어느덧 폐경기를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들에게 여성성의 상징으로 큰 가슴과 월경, 쫙 빠진 각선미 등을 강요해 왔다.
그런 이유로 아직도 많은 학교와 직장에서 여성의 유니폼은 타이트한 상의와 치마인 곳이 많다.
심지어 과거 한 여성 장군이 유방암에 걸려 가슴을 잘라내자, ‘여성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시킨 사례도 있다.
여성은 가슴이 커야 하는데, 가슴이 사라졌으니 이제 여성이 아니고, 여성이 아니니 여군도 될 수 없다는 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폐경을 맞이한 여성들은 더 이상 여성호르몬도 안 나오고, 임신과 출산 능력도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고로 여자는 ‘아이 낳는 기능’이 여성임을 증명하는데, 임신과 출산 기능을 상실했으니 이제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폐경기에 접어든 4명의 여성이 층을 옮겨 다니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이들 중년 여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때론 짠하기도, 때론 찐하기도 하다.
50~60대 여성 관객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다른 연령층이나 다른 성별을 가진 관객은 다소 민망할 정도로 수위가 높다.
최근 이른바 시체처럼 가만히 보길 강요하는 ‘시체관극’ 따윈 이 작품에선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우가 왜 자기가 솔로곡을 부르는데 호응하지 않느냐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갑자기 당이 떨어진다며 관객들에게 간식을 구걸하기도 한다.
철저히 상업적인 재미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를 위해 조혜련과 신봉선 등 코미디언이 억척스러운 전업주부 역에 캐스팅돼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연세대 성악과 출신의 탤런트 이아현이 한물간 연예인 역으로, 강변가요제 출신의 배우 문희경이 돌싱 여성으로 출연해 노래와 연기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러고 보면, 조혜련도 이른바 ‘개가수’(개그우먼+가수)다.
특히 이 작품이 재미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개사해 뮤지컬 넘버들이 친숙하게 다가오고, 한물간 연예인 역을 맡은 배우가 실명으로 출연해 사실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이혼했네, 안 했네, 얘기할 때 역시 실제 본인들의 상황과 맞아 떨어져 관객들은 이게 대본이 있는 뮤지컬 작품인지, 네 배우의 수다를 지켜보는 건지 모호해 재미가 배가(倍加) 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폐경했든 안 했든 지금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뮤지컬 <메노포즈>는 8월 25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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