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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돈’ 대입하면 이해되는 이야기

영화 <이월>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01/16 [22:38]

 

그해 겨울은 민경(조민경 분)에게 너무도 추웠다. 아버지는 술 먹고 기물을 부숴 교도소에 갔고, 아버지 합의금커녕 월세도 낼 돈이 없는 민경은 집이 아닌 공사장 컨테이너가 친구 집 등을 전전하면서, ‘도둑 강의’로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꿈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시절 같이 살던 친구 여진(김성령 분)이 그녀에게 유서 대신 중국집 쿠폰을 남기고 자살을 시도한다.

 

때는 이때다 싶어 그녀는 여진의 가족에게 가서, 여진이 죽을 것 같은데 자신에게 100만원을 빚졌으니 대신 갚아달라는 거짓말로 돈을 뜯어낸다.

 

하지만 여진은 자살에 실패해 시골집에서 요양을 하고, 우연히 고시학원 앞 포장마차에서 컵밥을 먹다 만난 다른 친구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일하던 만두가게에서 돈을 훔쳤다는 누명이 억울해서 그마저도 관뒀는데, 사실은 누명이 아니라 진짜로 그녀가 야금야금 돈을 훔쳤던 사실은 관객과 그녀만 아는 비밀이다.

 

이 모든 게 다 돈 때문이다. 아버지도 합의금만 있었으면 감옥까지는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월세 낼 돈만 있었으면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며 자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학원비만 있었으면 도강(盜講) 하면서 가슴 조마조마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가끔씩 컨테이너에 찾아와 그녀와 잠자리를 하고나서 ‘용돈’인지 ‘화대’인지를 주던 ‘돌싱’ 진규(이주원 분)가 자기랑 같이 살면 학원비도, 용돈도, 아버지 합의금도 다 대 준다고 꼬신다.

 

더욱이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성훈(박시완 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성훈은 이전에도 그렇게 해서 이 집에 온 ‘아줌마’들이 한 둘이 아니라며, 자신에게 도움을 주면 나중에 헤어진 후에 생각나는 게 싫다며 라면 끓이고, 설거지 하는 것도 전부 그냥 혼자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아이가 손이 덜 가는 건 마음에 드나, 어쩐지 처지가 자신과 닮은 것 같아 안쓰러워 민경은 점차 성훈에게 애정을 갖고 대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뭐라고 소개 하냐는 성훈의 질문에 “나, 네 엄마 아니야”라며 선을 확실히 긋는 그녀의 마음은 복잡해 보인다.

 

얼마 후 둘이서 눈썰매장에 가서 신나게 놀고, 같이 밥을 먹다가 잠시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뜬 그녀는 다시 돌아오다가 문득 성훈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고달파질 수 있겠다 생각했는지 그냥 모른 척 그길로 홀로 떠난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그나마 성훈이 등하교도 시켜주고 밥도 챙겨주니 매일 같이 진규가 5만원씩 용돈도 주고 하는 건데 생각이 들어 다시 식당을 찾아가 보니 성훈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차 싶어 백방으로 찾아다녀보다 결국 못 찾자 진규 얼굴을 볼 용기가 안 나 그녀는 다시 예전에 살던 월세 집을 찾아가보니 월세 밀렸다고 짐까지 다 처분하고 난 후였다.

 

그래 내가 갈 곳이 어디 있냐 싶어 진규의 집으로 가니, 떡하니 성훈이 멀쩡히 거실에 있다.

 

이런 민경의 캐릭터에 대해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진규 역의 이주원은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사람이라고 단정했지만, 사실 ‘돈’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맞춰보면 민경 캐릭터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만약 민경에게 기본적인 소득만 보장이 되었더라도 만두가게에서 돈을 훔치지도, 화대인지 용돈인지 모를 돈을 받기 위해 진규와 잠자리를 하지도, 언제 걸릴지 몰라 조마조마해 하면서 도둑 강의를 듣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 <이월>을 연출한 김중현 감독은 영화 <가시> 이후 3년 정도 상업영화를 준비하다 잘 안 된 이후에 극한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며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 처음에 주인공을 남성으로 설정하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여성이 혼자 혹독한 겨울을 나는 게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경 역을 맡은 조민경은 ‘민경’의 행동은 민경이 상처를 받아 자신을 보호하려는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민경은 ‘기본소득’ 보장이 안 된 탓에 어려운 가운데서도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이라는 것이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만 응시할 수 있는 것임을 상기해 보면 그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면 차라리 공무원 시험 공부는 미뤄두고, 복지관 등에 취업을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녀가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를 어린 성훈에게 설명하면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꼭 주민센터나 구청이 아닌 다른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도 얼마든지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다른 부분은 다 이해가 되지만, 솔직히 사회복지사 출신인 기자로서는 이 대목만큼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반행정직이나 경찰공무원 같은 것이라면 몰라도, 사회복지직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정 돈이 궁하면 공무원이 아니어도 사회복지사로 취업이라도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닐까.

 

3년 만에 개봉하게 된 이 영화는 자살, 기본소득, 한부모 가정, 주거복지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얼른 ‘2월’이 지나가 민경에게 곧 ‘봄’이 오길 응원해 본다.

 

영화 <이월>은 2월을 2일 앞둔 이달 30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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