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청룡기 경기에서 광주제일고에 “가야지 가야지 (5·18 조롱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한 배재고 야구부에 이달 1일 6개월 출장 정지 조치와 남은 경기 몰수패가 내려지자, 배재고 야구부(감독 권오영)가 8일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 신청의 근거는 지난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했다는 이유다.
배재고 측은 “아이들이 사과 받을 준비가 안 됐다” “시험기간이다”라며 광주제일고가 방문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지난 6일 야구부 학생(고강욱, 고규원, 고도현, 고현석, 김보국, 김시우, 김시후, 김유찬, 김유현, 김지호, 김진우, 김태전, 김태호, 김하랑, 노율언, 노하율, 문지석, 박준혁, 신준혁, 엄태성, 오준혁, 이재우, 이주빈, 이준재, 이태석, 이한율, 임서후, 임종호, 임태강, 전홍민, 정유찬, 최윤재, 한민, 허건호)과 학부모, 이효준 교장은 물론 서울시 교육감까지 이끌고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 쇼’를 했다.
교장이라고 해봤자 4급 공무원인데, 장관급인 서울시 교육감까지 대동하고 와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 숙이자 “사과했으니 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근거로 배재고 측이 우리가 사과도 했으니, 징계를 철회해 달라며 8일 재심 신청을 했다.
사실 배재고 야구부가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한 것은 실수가 아닌 의도된 조롱이 맞다. 왜냐하면 조롱인 걸 강조하기 위해 뒤에 “탱크데이”라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출장 정지 6개월의 ‘경징계’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배재고 총동문회(회장 배우 임호)까지 동원돼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재심 신청 기한 이틀 앞두고 억지로 사과를 하러 광주제일고를 찾아간 것이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으면 상대방이 “이제 사과받을 준비가 됐다”고 할 때 찾아가야지, 재심 신청 기간에 맞춰 무조건 내가 사과하겠다며 학교로 처들어 가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사과 쇼’다.
심지어 ‘스타벅스’ 발언이 있었던 당시 교육감에 취임도 하지 않은 서울시 교육감까지 데리고 광주를 찾은 것은 배재고 야구부 학부모들의 힘 과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사건 당시 광주제일고 코치와 심판이 배재고 아이들한테 쓴소리를 하자, <참교육> 속 ‘우진이 엄마’처럼 왜 우리 애 기죽이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행여 이번 징계로 ‘우리 애’ 앞길 망칠까 봐 당시 일에 책임도 없는 서울시 교육감까지 대동해 ‘사과 쇼’를 하러 광주제일고를 찾아간 것은 이기적 행동이다.
영화 <밀양>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인 전도연한테 네가 날 용서하든 안 하든, 난 이미 하나님한테 용서 받아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광주제일고 학생과 교직원 더 나아가 광주시민이 용서를 하든 안 하든, 난 사과했고, 광주제일고 교장이 알겠다고 했고, 이 사실이 기사까지 나갔으니 이제 난 마음 편하게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논리다.
사과는 진심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이번 재심 신청을 보니 모르긴 해도 6일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아까 내 표정 연기 좋지 않았냐?” “역시 교육감 데리고 오기 잘했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배재고 야구부가 창단 역사만 길지 선동열, 이종범, 김병현 등 대스타를 배출한 광주제일고 야구부에 비해 초라하다.
이는 돈만 잡아먹고 제대로 된 성적도 선수도 내지 못하는 ‘쓸모없는’ 야구부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거나 인성이 제대로냐? 그것도 아니다. ‘리박스쿨’한테 배운 엉터리 역사관을 탑재한 것도 모자라 자기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팀을 조롱할 정도로 인성도 개판이다.
야구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고, 인성도 올바르지 않은 아이들이 모인 야구부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출장 정지 6개월을 두고 당장 아이들 인생이 망가진 것처럼 호돌갑이지만, 사실 남은 경기 출장 여부가 아이들 대학 진학이나 프로팀 입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게 지난달 29일 경기에 이미 프로팀 스카우터가 다녀갔다. 이미 스카우트 일정이 진행 중이어서 남은 경기 출장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출장 정지 6개월은 ‘경징계’다. 아이들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려면 현재의 1학년이 졸업할 때까지인 3년간 출장 정지를 시켜야 하지 않나 싶다.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는 ‘제대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정도의 ‘중징계’를 재의결해야 한다.
그리고 배재고 교장은 돈만 잡아 먹고 학교 이미지나 실추시키고, 실력도, 공부도, 인성도 엉망인 야구부를 그냥 없애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또, 야구부이기 전에 학생인데 학생의 인성 교육도, 역사 교육도 제대로 못 시켰다면, 학교가 교육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때문에 배재학당 이사회에서 배재고 교장과 야구부 감독 등을 경질하는 것이 우리나라 근대교육을 함께 해 온 민족사학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근대교육의 역사와 함께해온 학교에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조롱의 거리로 삼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다.
이는 '실력과 인품을 갖춘 품격 있는 리더 양성,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섬김의 리더 양성,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지닌 실천의 리더 양성'이라는 배재고의 교육목표와도 맞지 않는 언행이다.
배재고가 긴 역사만 자랑하는 학교로 남지 않고, 우리나라 근대교육을 이끌어 온 학교라는 자부심을 유지하고 싶다면, 야구부 폐부와 교장과 감독 경질 등 ‘제대로 된 조치’를 해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배재고 동문으로는 배우 조인성, 임호, 박호산, 노주현, 가수 권인화, 구창모를 비롯해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승만 하야 대통령 등이 있다.
/디컬쳐 발행인 이경헌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