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구의 21%가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다. 202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중 22%가 독거노인(1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 이들이 거주하던 집은 빈집이 되고 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미거주 주택(빈집) 비율이 8.5%에 달한다.
시도별로 보면 전남광주특별시가 24%(통합 이전 전남 15.2%, 광주 8.8%)로 1위이고, 제주특별자치도(14.6%), 강원특별자치도(13.4) 순이다.
반면 서울특별시(3.9%), 경기도(6%) 등 수도권은 뒤에서 1, 2위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보다 지방의 빈집 비율이 월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 <빈집의 연인들>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팔복(기주봉 분)은 시골의 빈집에서 돈이 될만한 물건을 훔치며 생계를 이어간다.
가끔 거액(?)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서 돼지저금통은 훔칠지언정 돈봉투는 훔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는 은자(정애화 분)의 집을 털러 갔다가 은자와 마주한다.
독거노인인 은자는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늘 외롭게 지내고 있던 터라, 어찌어찌해 팔복과 함께 빈집 털이를 하러 다닌다.
팔복의 승합차에서 컵라면 하나 먹고 차 안에서 자려다가 경찰의 제지로 어쩔 수 없이 숙박업소에서 같이 자게 된 두 사람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같이 한 침대에 누운 김에 모처럼 ‘몸의 대화’를 나누려 하지만, 팔복의 컨디션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만다.
날이 밝자, 잠만 잘 자는 팔복의 꼴이 그렇게 보기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해줘도 은자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오늘은 숙박업소가 아닌 도둑질 하러 간 빈집에서 자게 된 두 사람. 팔복이 하도 코를 골아서 은자가 일찍 깬 김에 집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젊은 여자의 영정사진을 보게 된다. 사진 앞에 5만 원권 몇 장이 놓여있는데, 훔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아니라 씁쓸함이 남는다.
둘의 빈집 털이는 이어지고, 이제는 오히려 은자가 필요한 만큼만 훔치라고 말리는 상황이지만, 팔복이 전보다 돈에 욕심을 낸다. 얼마 후, 팔복이 은자에게 반지를 건넨다.
하지만, 은자가 무슨 돈으로 자기를 먹여 살릴 거냐며 그냥 지금처럼 지내자고 거절한다.
영화는 ‘도둑질’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독거노인 은자와 팔복의 로맨스에 초점을 두면서, 농촌의 인구 소멸 문제 등도 자연스레 녹여냈다.
팔복 역을 맡은 기주봉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인생의 맛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공감된다고 말했다.
아마도 아무도 없이 홀로 떠난 이들의 뒷정리를 도둑이 하게 되는 상황의 씁쓸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는 빈집이 많은 지역 중 5위를 차지한 전북특별자치도(12.9%) 내 전주, 익산, 임실, 부안, 완주 등에서 촬영했다.
전주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김태휘 감독이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골목길과 시장, 마을의 풍경을 담아내 관객이 자연스럽게 농촌의 문제 등을 공감할 수 있게 한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또, 둘 다 쓸쓸하게 독거노인으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로 다시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과 관련해 은자 역을 맡은 정애화는 “제 나이에 꿈같은 얘기인데, 꿈이 이뤄졌다”며 “은자로 살면서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 <빈집의 연인들>은 12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