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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권력의 도구가 되면 벌어지는 일

뮤지컬 <오페라>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6/10/21 [16:42]
문화 >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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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권력의 도구가 되면 벌어지는 일
뮤지컬 <오페라>
기사입력  2026/10/21 [16:42]   이경헌 기자

▲ 뮤지컬 <오페라> 공연 장면 / 오차드씨앤씨 제공

 

‘이탈리아 노예’ 취급받던 음악가 륄리가 섭정(攝政)에 지친 루이 14세의 소개로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를 만나 창작의 자유를 만끽한다.

 

두 사람을 응원하던 루이 14세가 얼마 전 섭정을 하던 추기경이 서거했으니, 종교인을 비판하는 오페라를 써 보라고 권한다.

 

륄리가 건드릴 사람이 따로 있지 절대 안 된다고 하자, 루이 14세가 몰리에르에게 그러면 혼자서 연극으로 만들어 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궁에서) 공연하자마자 논란이 된다. 심지어 공연을 보지 않은 국민들이 성직자와 귀족들의 말만 듣고 거세게 반발한다.

 

루이 14세가 보지도 않고 저러니 차라리 대중에게 공개하자고 하니, 추기경 서거 후 섭정 중인 엄마가 (비난의 화살이 자기한테 향할까 두려워) 반대한다.

 

이에 루이 14세가 그러면 대중에 공개하지 않을 테니까 섭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루이 14세가 섭정에서 벗어나 왕권을 강화하는데 성공하자, 몰리에르는 왕이 자기가 권력을 잡기 위해 연극을 이용했다는 충격에 루이 14세 곁을 떠난다.

 

반면, 륄리는 어떻게든 자기 입지를 굳혀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점점 루이 14세까지 자기가 컨트롤하려 든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오페라>는 실존 인물인 루이 14세와 음악가 장바티스트 륄리, 극작가 몰리에르가 함께 오페라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버무려 만든 작품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륄리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이탈리아 노예’ 취급받으며 오페라를 만들던 어느 날, 루이 14세가 반한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를 소개받는다.

 

귀족이라면 질색인 몰리에르는 마음껏 만들어 보라는 말에 신이 나서 륄리랑 함께 오페라를 만든다.

 

하지만, 륄리의 거부로 혼자 만든 연극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마치 영화 <암살자(들)>을 보지 않은 이들이 영화를 비판하듯이, 보지도 않은 국민들이 성직자와 귀족의 말만 듣고 비난한다.

 

사실 직접 보면 해결될 일이긴 한데, 그랬다간 여론을 호도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화살이 왕이 아닌 왕의 엄마와 귀족, 성직자에게 돌아올 게 두려워한 왕의 엄마가 이를 반대한다.

 

문제는 엄마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왕이 처음부터 이런 작품을 만들어 보라며 부추긴 것.

 

처음엔 순수하게 예술이 좋아서, 창작의 자유를 한껏 누리며 함께 오페라를 만들던 루이 14세가 자기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을 이용해 먹음으로써 셋 사이에 균열이 간다.

 

 

추정화 연출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 사람이 어떻게 만났고, 무엇 때문에 헤어졌고,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오페라’는 장르가 아니라 세 사람이 추구하던 완성체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제목을 <오페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본래 예술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법이다. 대통령 얼굴을 한 기차 그림을 그리던, 유람선 침몰의 원인이 대통령 때문이라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서 수상을 취소하고, 영화제 개최를 막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도 시를 통해 일제에 항거하고, 우리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권력자가 예술을 정치의 도구로 삼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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