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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에 따라 변태 혹은 순정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2/08/03 [22:15]
문화 >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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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에 따라 변태 혹은 순정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기사입력  2022/08/03 [22:15]   이경헌 기자

 

2001년 개봉한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당시 집계기준(현재처럼 극장 발권이 실시간 집계되기 이전)으로 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했다. 지금처럼 정확한 집계가 되던 시절이 아니고, 인구수도 차이가 있으니 나름 흥행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의 특성상 서인우(영화 속 이병헌 분)의 아내(영화 속 전미선 분) 역을 비롯해 몇 개의 배역은 과감히 없앴지만, 큰 줄거리는 영화와 차이가 없다.

 

2000년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인우는 늘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믿어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그런 그가 유독 한 남학생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17년 전, 세상을 먼저 떠난 태희를 아직까지 잊지 못한 그는 그 학생에게서 태희의 모습을 본다.

 

오직 태희 앞에서만 긴장해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던 인우는 똑같은 감정을 현빈에게서 느낀다. 그가 하는 행동과 말이 어찌나 태희와 똑같은지.

 

게다가 현빈이 고등학교 2학년이니 태희가 죽던 해에 태어났다는 건데, 그렇다면 태희가 현빈으로 환생한 게 아닐까 싶어 그는 현빈을 태희 대하듯 한다.

 

같이 출 파트너가 없는 현빈과 함께 왈츠를 추던 인우는 오래전 태희와 왈츠를 추던 때가 기억나 자기도 모르게 현빈에게 “태희야”라고 불렀다가 학생들로부터 ‘이상한 선생님’ 취급을 받는다.

 

평소 자기들 편을 들어줘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은, 그날 이후로 인우를 변태 취급한다.

 

대학 때부터 인우와 태희를 모두 알고 지내던 인우의 동기들조차 인우가 현빈에게서 태희를 느꼈다는 말에 이게 뭔 소린가 싶어 당황한다.

 

심지어 여학생도 아닌 남학생을 애인 대하듯 하니 학생들은 물론 친구들조차 인우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여긴다.

 

‘변태’와 ‘순정남’은 생각하기에 따라 한끗 차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인우를 바라보면, 어린 동성의 제자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변태’처럼 보이지만, 17년 동안 먼저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그녀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게 아닐까 생각하는 그의 모습을 긍정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에 이런 ‘순정남’이 또 없다.

 

인우의 행동은 같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 작품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작품’이 되기도 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한 남자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당연히 이 작품은 후자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그래서 관객들 그 누구도 이 작품을 역겹다고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극 중에선 그의 행동을 역겹다고 느낀 이가 많아 결국 그는 교단을 떠난다.

 

이런 일은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정치인의 언행을 보며 언론이나 국민들은 제각각 다른 해석을 내린다.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이다.

 

엣 이야기 중에 매일 형은 아버지에게 칭찬받고, 자신은 혼나자 동생이 아버지에게 칭찬받고 싶어 형처럼 아버지 출근 전 아버지 신발을 신고 있었더니 “야 이놈아, 바쁜데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혼냈다고 한다. 첫째가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땐 “아빠 따뜻하게 신으라고 데워놓았구나”라며 칭찬했었는데 말이다.

 

첫째는 늘 바른 행동을 하고, 둘째는 사고만 친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니 첫째의 행동은 늘 좋게 보이고, 둘째는 똑같이 행동해도 말썽을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역시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는 2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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