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공룡영화들이 사라진 지금, 비어 있는 영화관은 독립영화들이 꽃 피우고 있다. 크고 작은 독립영화 제작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이 있다. 배우의 공동체가 시나리오를 검토하여 감독을 뽑는, 이른바 ‘공수교대’ 프로젝트. 오늘 인터뷰로는 ‘공수교대’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614 프로젝트의 대표 장재원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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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교대> 상영장에서 만난 필자와 장재원 대표, 한도협 배우(좌로부터) / 614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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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장재원 대표님? 먼저 본인과 614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614 프로젝트’에서 기획하고 글 쓰고 연출하는 일을 하고 있는 장재원입니다. 614 프로젝트는 조그만 영화 제작사이자 영화제작 공동체입니다. 2024년부터 <배우의 감독>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엔 단편영화 <너의 이별은>을 만들었습니다. 2026년에는 첫 장편영화로 <도시중독자들>을 공개했습니다.
Q. 네, 말씀하신 배우와 감독 프로젝트인 ‘공수교대’의 시즌2의 시사회를 무사히 잘 마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기사를 읽는 분들에게 프로젝트 <공수교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배우의 감독> 프로젝트는 배우가 직접 감독을 선발하여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일반적인 캐스팅 구조를 뒤집는 ‘공수교대’를 슬로건으로, 2024년 시즌1에서 89편의 시나리오를 응모 받아 2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했습니다.
2025년에는 시즌2를 진행했고,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의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즌2 공모에는 시나리오 66편이 응모되었고, 최종 3편의 시나리오를 선정하여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시즌1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무료 상영했고, 시즌2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유료(입장료 10,000원)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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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교대> 상영회 모습 / 614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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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재원 대표님이 <공수교대>를 통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 지와 이를 통해 독립영화계에, 혹은 더 나아가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기대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작게는 614 프로젝트팀 배우들이 즐거운 작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배우들은 오디션에 도전하고, 떨어지는 것이 일상이니까요. 배우들이 직접 감독을 선발하고, 그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방식이라면 배우들이 조금 더 주도적인 입장에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실제로 진행하면서는, 이 프로젝트가 독립영화를 만드는 색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들이 주연을 하면서 제작자, 투자자로서도 역할을 하는 방식이니까요. 동시에 청년 감독에게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영화 제작과 상영회를 통해) 자연스레 영화인들 간의 네트워킹이 이뤄지기도 하더라고요.
시즌1 시작할 때는 “재밌게 하자” 정도였는데, 위에 언급한 효과들을 체감하면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시즌2의 결과물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오기도 했고요. 시즌3까지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겼는데, 프로젝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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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교대>에 참여한 한도협 배우, 박시우 감독, 남궁건 감독, 이종환 배우, 임현서 감독, 설주하 배우, 이연주 배우 / 614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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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수교대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연출자(감독)가 아닌 PD로서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이번에 제작한 <전 남친 무덤파기>라는 단편 현장에 갔을 때였어요. 마을버스 안에서 장면이 있는데, 따로 버스를 섭외하지 않은 거에요. 예산이 부족했으니 어쩔 수 없었겠죠. 또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영화과 재학생들이라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인드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발을 동동거리면서 지켜봤는데, 아주 인심 좋으신 버스기사님을 만나서 촬영을 무사히 진행했어요. 저 같으면 예산을 무리해서라도 버스를 빌려 왔을 텐데, 그런 패기를 보며 또 배운 점이 있었습니다. “난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아졌지.” 싶으면서요. 하하.
젊고 패기 있는 감독님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생긴 애로사항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상영회 홍보를 하기 위해 영화 스틸컷, EPK(하이라이트 영상), 상영본 등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거에요. 감독님들도 후반작업 막바지에 신경쓸 것이 많기도 했고요.
영화 소스를 받아서 홍보물로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 일정이 지체되는 거죠. 그래서 어느 감독님껜 “제발! 상영본만 데드라인에 맞춰주세요!”라고 호소하게 되었어요. 나머지 것들은 신경쓰지 말라고.
그런데도 상영본도 결국 일주일 정도 늦게 받게 되어서, 막판까지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Q. ‘공수교대’는 장재원 대표에게 어떤 의미인 프로젝트인 것인지, 그리고 독립영화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위에 언급했던 효과들(배우가 주도적인 역할로의 참여, 독립영화의 색다른 제작 방식 알리기, 청년 감독에게 영화 제작기회 제공, 영화인 네트워크 형성)이 모두 제게 남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영화계에 가져올 수 있는 가치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면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지속가능성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 요즘이네요.
독립영화계에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보통 단편이든 장편이든 작품(시나리오, 기획안, 트리트먼트 등)을 기준으로 지원/투자가 이뤄지는데, 저희처럼 어떤 ‘기획’으로 지원/투자를 받을 기회가 많진 않을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앞으로의 행보와 기사를 읽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A. <배우의 감독>의 결과물을 최대한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시즌1과 시즌2의 결과물을 묶으니 85분 정도가 되는데, 이걸 여러 영화제나 독립·예술영화관과 협업하여 상영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동시에 개별 작품도 많은 영화제에서 선정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시즌3를 준비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차기작 준비에 박차를 가하려고 해요. <원라이트>라는 다소 실험적인 장편영화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은 제한적이지만, 여러 독립영화 프로젝트에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화 한 편을 위해선 기본적인 제작비와 전문 인력, 영화에 필요한 기자재 확보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화 하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만들어진 영화를 관람할 관객들의 관심과 ‘돈 안 되고 남들 좋은 일’에도 삶의 시간을 쏟아 부으며 열정을 다 하는 영화 예술인들의 헌신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만난 장재원 감독도 그러한 사람이다. 우리가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문화예술 외에도 다양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을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간다면 614 프로젝트와 공수교대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필자 역시 시즌3의 시사회장에서 기사를 읽는 여러분을 기다리겠다.
/디컬쳐 칼럼니스트 서홍석(연극 연출가 ·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