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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필름 속에 아로새겨진 한반도의 60년

다큐멘터리 영화 <사진의 얼굴>

박선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8/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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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필름 속에 아로새겨진 한반도의 60년
다큐멘터리 영화 <사진의 얼굴>
기사입력  2026/08/30 [21:35]   박선영 기자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카메라를 쥔 사람의 시선은 때로 시대를 선별하고 왜곡한다.

 

그렇기에 1960년대 격동의 한반도를 관통하며 10만 컷의 필름을 남긴 구와바라 시세이의 뷰파인더는 더욱 특별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진의 얼굴>은 한 일본인 포토저널리스트의 60년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잊거나 외면하려 했던 한국 근현대사의 숨결을 스크린 위에 묵직하게 현상해 낸다.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큰 울림은 한국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필름에 보존되어 오늘날 귀중한 사료로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의 매캐한 최루탄 연기부터 청계천 천막촌의 치열한 삶, 동두천 기지촌의 그늘, 그리고 평양 주민들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현장마다 그의 렌즈가 존재했다.

 

한국인 스스로도 먹고살기 바빠 기록하지 못했거나 정권의 통제로 어둠 속에 묻혔던 풍경들이, ‘이방인’이었던 그의 카메라를 통해 비로소 생생한 실체로 남겨졌다.

 

“왜 일본놈이 한국을 찍느냐”는 거친 적개심과 남북한 모두에게 추방·입국 금지를 당하며 스크랩한 필름들은 이제 우리 역사의 대체 불가능한 유산이 되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흑백사진 속 풍경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복잡다단하다.

 

불과 반세기 전, 판자촌과 피폐한 거리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국민의 얼굴을 마주하면 짧은 시간 동안 일궈낸 경제 발전과 번영에 새삼 만감이 교차한다.

 

한 세대 만에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명 눈부신 성취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자축에 머물지 않는다. 고희영 감독은 거장의 뷰파인더를 통해 압축성장의 빛 뒤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 즉, 발전의 부산물로 치러야 했던 병폐까지 담담하게 직시하도록 이끈다.

 

생존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두는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던 인간성, 이념과 분단이 낳은 깊은 상흔, 그리고 자본주의의 그늘에 소외되었던 노동자와 국민의 아픔이 스크린 위에서 서늘하게 고개를 든다.

 

놀라운 도약의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반대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다큐멘터리  영화<사진의 얼굴>은 한 이방인 사진가의 집념을 다룬 전기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우리 자신의 지나온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다.

 

렌즈 너머의 피사체와 깊은 눈빛을 나누었던 구와바라 시세이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역사라는 암실 속에서 지나온 시간의 명암을 가만히 짚어볼 때다.

 

한반도의 아픈 역사와 국민의 삶을 묵직하게 담아낸 이 뜻깊은 다큐멘터리는 내달 2일 개봉한다.

 

/디컬쳐 박선영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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