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언론인 클럽에서 주는 상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뱅가드> 직원들이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는다. 회사 재정이 안 좋다는 이유다.
그렇게 우수 기획보도상과 해고 통보라는 명암(明暗)이 앤디 삭스(앤 해서웨이 분)에게 찾아온다.
그런 가운데 과거 앤디가 일했던 패션 잡지사 <런웨이>에 위기가 찾아오자, 저널리즘을 강조하기 위해 회장이 직접 앤디를 영입한다.
‘고인물’인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는 자기 비서였던 앤디를 기억도 못 하는데, 회장이 직접 앤디를 특집 담당 시니어 에디터로 고용했다는 말에 이게 뭔가 싶다.
둘이 대형 광고주인 디올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과거 같이 일했던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를 만난다.
광고주의 갑질에도 미란다가 가만히 있자, 앤디가 왜 그렇게 저자세냐고 물으니 “광고주 없이 우리도 없다”며, 난 네가 일 못해서 잘리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20년 만에 <런웨이>에 돌아온 앤디는 미란다가 자기 옷도 직접 옷걸이에 걸고(원래는 그냥 아무한테나 휙 던지면 알아서 걸어줬었다), 인쇄 잡지 부수는 줄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기사를 보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게다가 편집회의 때 미란다가 한마디 할 때마다 옆에서 비서(시몬 애슐리 분)가 그런말 하면 안 된다고 제지하는 것도 앤디가 ‘에밀리’(1편에서 미란다는 제2비서인 앤디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고, 앤디의 상사인 에밀리의 이름으로 불렀다.)였던 시절엔 꿈도 못 꾼 일이었다.
특집기사 준비를 위해 에밀리를 찾아간 앤디한테 에밀리가 기사가 영 별로라고 독설을 날린다.
회장도 앤디의 기사에 독자 반응이 없자, 편집장인 미란다를 갈군다. 이에 앤디가 미란다한테 3년째 인터뷰를 못하고 있는 사샤(루시 리우 분)의 인터뷰를 따내겠다고 공수표(空手票)를 날린다.
자기가 한 말을 수습하기 위해 앤디가 사샤의 강아지 훈련사까지 동원해 결국 인터뷰를 잡는다.
이혼으로 가장 부유한 여성이 된 사샤는 전 남편에 관해 묻지 않는 점을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약혼 사실을 단독 공개한다.
이번 일은 잘 마무리 됐지만, 가십성 기사나 쓰는 처지가 한심해 앤디가 이직을 고민한다.
그런 상황에서 주말에 회장이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 받는다. 회장이 미란다를 글로벌 컨텐츠 총괄로 발령 내고, 앤디의 사무실도 옮겨주고, 특집기사 예산도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미란다로부터 듣고 기뻐한다.
얼마 후, 열린 회장의 75번째 생일 파티에서 회장이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잠시 후, 미란다에 관한 인사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직원들은 작고한 회장의 아들 제이(B. J. 노박 분)가 <런웨이>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한다. 딱 봐도 패션에 문외한(門外漢)이라 더 그렇다.
제이가 여러 분야 전문가를 대동해 미란다와 구내식당에 간다. 구내식당이 있는 줄도 모르는 미란다가 구내식당에 왔다는 사실이 직원들에게는 더 화제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예산을 삭감하고, 6년차 이상은 전부 자른다는 말에 미란다는 아무말도 안 한다.
앤디가 미란다의 집에 찾아가 계획이 있냐고 물으니, “네가 상관할 이링 아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패션쇼 협업 준비를 위해 밀라노에 간 앤디가 그곳에서 부자 애인과 함께 이곳에 온 에밀리를 만난다.
업계에서 전설이 된 <런웨이>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에밀리를 통해 에밀리의 애인인 벤지한테 <런웨이> 인수를 부탁한다.
다행히 제이가 벤지의 제안을 수락해 일이 잘 풀리나 싶었지만, 이를 전해들은 미란다가 에밀리의 속셈을 눈치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20년 만에 돌아왔다. 극 중 설정도, 실제 개봉일도 딱 20년 만이다.
전작이 자아를 찾아가는 청춘의 성장을 그렸다면, 이번 편은 인생을 살면서 내린 선택의 결과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와 관련해 앤 해서웨이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캐릭터들이 각자의 삶을 어떻게 일궈왔는지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의 연속성을 지닌 이야기”라고 이번 편을 소개했다.
시대의 변화로 인해 종이 잡지 대신 온라인으로 기사를 소비하고, 회의하다가 “죽고 싶냐?”도 아니고 “(내가)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된 가운데, 제이의 할아버지 때부터 <런웨이>에서 일한 미란다 역시 조금씩 변해간다.
과거 그가 에밀리나 앤디에게 하던 행동에 비하면 지금은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그는 편집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젊은 신임 회장 제이가 볼 땐 고액의 연봉이나 챙기는 불필요한 존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그 자리를 지켜오며 쌓아온 연륜까지 무시해선 안 된다.
그녀가 업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경력 그리고 그녀의 판단으로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퇴사 시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젠 대기업에 40대 초반 사장이 나올 정도로 임원의 나이가 평준 하향화되고 있다.
선대 회장 때부터 일한 사람은 ‘뒷방 늙은이’ 취급받아 결국 회사에서 쫓겨난다.
일이라는 게 새로운 지식과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특히 회사의 명운(命運)이 걸린 문제 앞에선 경륜이 있는 사람의 의견이 소중한 법이다.
그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어봤기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미란다는 <런웨이>에서 매우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새로운 회장이 취임했다고 해서 자기보다 나이 많다고 쉽게 자르면 안 될 사람이다.
신임 회장의 아버지가 그 아버지한테 회사를 물려받을 때부터 일한 미란다야말로 말 그대로 ‘역사의 산증인’이다.
시대의 변화 속에 더 이상 ‘노땅’은 일할 가치가 없는 존재인지 생각하며 영화를 보면 좋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오늘(29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