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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열망과 동경, 그 너머의 눈부신 교감

영화 <엔조>

박선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5/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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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열망과 동경, 그 너머의 눈부신 교감
영화 <엔조>
기사입력  2026/05/25 [10:04]   박선영 기자

  

우리는 누구나 삶의 어느 한 시절, 온몸을 던져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울타리를 마주한다.

 

부모가 정해둔 안락한 미래가 숨이 막혀 무작정 거친 공사판으로 뛰어든 16세 소년 ‘엔조’의 모습이 그렇다.

 

영화 <엔조>는 남프랑스의 눈 부신 햇살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의 가장 불안정했던 한 철을 지나온 이들에게 바치는 뜨거운 찬가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열망’, ‘동경’, 그리고 ‘교감’이다.

 

영화는 이 감정들의 스펙트럼을 통해 단순한 청춘의 방황을 넘어, 인간이 인간을 구원하는 순간을 밀도 높게 그려낸다.

 

유복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란 엔조(엘로이 포후 분)는 대학 진학 대신 거친 석공 조수 일을 택한다.

 

가족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엔조에게 공사판은 날것의 세상과 부딪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처절한 탈출구다.

 

영화 속에서 소년이 땀 흘리며 시멘트를 바르고 돌을 옮기는 행위는 단순한 노동에 그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씌워놓은 가짜 삶을 거부하고,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날카롭고도 순수한 ‘열망’의 분출이다.

 

영화는 전반부 내내 소년의 내면에 가득 찬, 이 뜨거운 에너지를 스크린 밖으로 뿜어내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 열망의 길목에서 엔조는 우크라이나 출신 노동자 블라드(막심 실리빈스키 분)를 만난다.

 

블라드는 전쟁 중인 고국으로 돌아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태로운 운명과 시대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인물이다.

 

온실 속 화초 같았던 엔조에게 블라드의 서사적 비장함과 거친 자유로움은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소년이 이 이방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서툴고 낯선 퀴어적 이끌림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갖지 못한 삶의 깊이와 단단함에 대한 동경이다.

 

블라드의 뒤를 쫓으며 “함께 우크라이나로 가겠다”라고 다짐하는 엔조의 미성숙한 모습은, 누군가를 지독하게 닮고 싶어 했던 우리 모두의 서툰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영화가 빛나는 진짜 이유는 이 동경이 일방적인 동경으로 끝나지 않고, 두 영혼의 깊은 ‘교감’으로 확장된다는 점에 있다.

 

유복한 환경의 프랑스 소년과 우크라이나의 참전 대기자. 접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거친 일터에서 땀을 공유하고, 서로의 결핍을 바라보며 연대감을 형성한다.

 

불안한 현재를 사는 소년과 비극적인 미래를 앞둔 청년은 서로에게 삶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선물한다.

 

영화 후반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두 사람의 정서적 교감은 관객들에게 지나간 시절의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금 반추하게 만든다.

 

영화 <엔조>는 시각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남프랑스의 찬란한 여름 풍경은 두 인물의 서사와 대비되며 역설적으로 더 섬세하고 푸른 슬픔을 자아낸다.

 

특히 이 작품은 촬영 직전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거장 로랑 캉테의 비전을, 그의 오랜 동료인 로뱅 캉피요 감독이 진심 어린 연출로 완성해 낸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어 영화 자체의 무게감을 한층 더한다.

 

영화 <엔조>는 관객의 가슴 속에 묻어둔 ‘가장 뜨거웠던 그해 여름’의 잔상을 고요하면서도 묵직하게 소환해 낸다.

 

누군가를 열망하고, 동경하며, 영혼 깊이 교감했던 기억이 있다면 이 영화는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오는 27일 개봉.

 

/디컬쳐 박선영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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