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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군림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연극 <잔류시민>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6/06/12 [10:00]
문화 >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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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군림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연극 <잔류시민>
기사입력  2026/06/12 [10:00]   이경헌 기자

▲ 연극 <잔류시민> 공연 장면 / 서울연극협회 제공(촬영=FOTOBEE)

 

2주 후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6년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왔다.

 

이후 3년 동안 전쟁이 이어졌다. 북한이 우리 땅을 점령하기도 하고, 우리 국군이 다시 되찾기도 했다.

 

같은 마을에 국군이 상주하기도, 인민군이 상주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총 든 군인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말을 따라야 했다.

 

밥이나 잘 곳을 제공하기도 했고, 경우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민군을 몰아낸 후, 국군이 다시 우리 땅을 되찾으면 ‘부역자 재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말이 재판이지 정부에서 짜놓은 틀 안에서 판사들이 기계적으로 중형을 선고하는 일이 다였다.

 

연극 <잔류시민>은 서울이 북한 인민군에 점령당했을 때 피난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아있던, 이른바 ‘잔류 시민’에 대해 부역자 재판이 진행되는 내용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재판이라고 생각해 양심적으로 무죄를 선고한 판사에 대해 보복 차원으로 그의 아내와 아들까지 부역자로 지목해 재판정에 세우기도 하고, 법조계 후배인 검사가 판사에게 자기의 구형(求刑)대로 판결을 내리라고 압박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웃끼리도 불신이 싹터 거짓으로 재판에 세우기도 한다.

 

연우무대 50주년 기념작인 <잔류시민>은 76년 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지금의 법조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검사는 선거 때마다 자기들한테 유리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상대 후보에 대해 기소를 남발하고, 판사들은 자기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걸 큰 권력인 양 착각해 법 위에 자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이 법정이기 때문에, 꼭 용어 때문이 아니어도 대사를 따라가기가 조금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100% 내용을 이해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법정에서 일어나는 이 기막힌 일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재밌게 볼 수 있다.

 

특히 무대 위에 널려있는 판결문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중형을 선고 받았는지 말해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연극 <잔류시민>은 14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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